증강현실 기기의 현 주소

그래서 홀로렌즈는 언제 출시되는 겁니까?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증강현실 기술

증강현실은 우리가 보는 시야 위에 여러 가지 정보를 표시해 주는 디스플레이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각종 SF영화에서 다양한 형태로 항상 등장하며, 구글 글라스와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 등의 증강현실 기기가 주목 받기도 하였다. 하지만 구글 글라스와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 모두 제대로 출시 되지도 않은 상태로 프로젝트가 끝나 버리고 말았다. 증강현실 장치에 사용된 기술에 대해 알아보면서 왜 AR이 VR만큼 대중화되지 못했는지 알아보자.

구글 글라스. 640*360 해상도의 이미지를 표시한다.

먼저 증강현실 기기라는 새로운 이름이 붙었을 뿐 결국 픽셀로 이루어진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하지만 디스플레이를 단순히 컴퓨터의 출력 장치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소비자용 전자기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은 디스플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플이 강조하는 직관적인 동작 방식의 바탕은 결국 디스플레이이다. 아무리 좋은 프로세서와 빠른 메모리 칩을 달았다고 해도 낮은 해상도의 어두운 디스플레이가 달린 제품은 팔리지 않는다. 디스플레이는 사용자와 컴퓨터 사이를 가장 빠르게 이어주는 도구이며, UI라는 것도 디스플레이가 있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증강현실 디스플레이에 이용되고 있는 기술 두 가지에 대해 알아보자.

DLP(Digital Light Projection)

VUZIX사의 인공지능 탑재 증강현실 안경. 오른쪽은 갤럭시빔2 스마트폰에 쓰인 피코 프로젝션 모듈.

DLP는 초소형 프로젝터에 주로 이용되고 있다. 한국에는 출시되지 않았던 갤럭시 빔에 적용된 프로젝터 기술이며, CES 2018에서 주목받은 VUZIX사의 증강현실 안경이 이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TI DMD 픽셀의 구조

초소형 DLP 기술의 핵심은 DMD(Digital Micromirror Device)에 있다. DMD는 움직일 수 있는 초소형 거울로, 픽셀이 켜져 있을 때는 빛을 프로젝션 렌즈로 반사 시키고, 픽셀이 꺼져 있을 때는 다른 곳으로 빛을 보내 픽셀이 꺼진다. PWM을 통해 그레이스케일을 표현할 수도 있다. 이 기술을 통해 기존 DLP 프로젝터의 움직이는 부품들을 많이 줄이고 소형화, 경량화 할 수 있다. 또한 거울을 움직이는 시간이 10밀리초 이내이기 때문에 100밀리초 내외의 응답시간을 가지는 LCD에 비해 반응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도 있다.

FSC LCoS (liquid crystal on silicon)

구글 글라스의 광경로. 출처: Quora/Sid Harza

구글 글라스는 더 작고 가벼운 제품을 만들기 위해 LCoS 디스플레이를 사용한다. 흔히 사용되는 LCD 디스플레이는 유리 위에 액정이 있고, 편광된 빛이 유리와 픽셀을 통과한다. LCoS 디스플레이의 경우 실리콘 기판 위에 액정이 있기 때문에 뒤에서 빛을 통과시킬 수 없는 대신 빛을 반사시킨다. LCoS는 LCD에 비해 작게 만들기에 용이하고 전력 사용량이 적다는 장점을 가진다. 빛을 반사시켜 픽셀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LCoS는 LCD보다 DMD와 비슷한 구조라고 할 수 있으나, LCoS의 경우 들어오고 나가는 빛의 경로가 똑같다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DMD와 LCoS 모두 편광 광원을 사용하며, R,G,B 세 개의 광원으로 Field-sequential color system을 통해 색을 표현한다. 피코 프로젝션 장치의 광원도 흥미로운 주제이지만, 나중의 글에서 다루도록 한다.

기술은 있는데 왜 제품은 없는 거죠?

현재 초소형 OLED/DLP/LCoS 디스플레이 개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다양한 기술을 바탕으로 증강현실에 접근하고 있지만 구글 글라스가 공개된 지 5년이 지났음에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매할 수 없는 기기라는 사실은 똑같다. 기술이 있음에도 제품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증강현실은 가격이 비싸기 실패한 것은 아니다. 구글 글라스는 100만원대에 판매될 예정이었는데, VR기기의 발달과정을 살펴보면 VR을 즐기기 위해서 60~70만원대의 기기와 150만원 이상의 고성능 PC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크게 성장한 것을 보면 새로운 기술을 먼저 접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만 있다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가격 이였다.

oculus rift VR. 600$라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2017년에 20만대 이상 판매되었다.

구글 글라스의 실패 원인은 실패한 마케팅과 제품에 대한 인식 부족 이였다. 구글 글라스는 많은 개발자들에게 배포되었고 상당한 양의 생산 및 판매도 이루어졌다. 하지만 구글이 프로젝트 종료를 선언하기 전까지 한번도 정식 출시일은 나오지 않았다. 또한 끝없는 컨텐츠와 게임을 내세운 VR과 달리 정작 구글 글라스의 기능은 시계와 도착한 메시지를 보여주는 정도밖에 없었다. 멋있다는 이유 외에는 쓸모가 별로 없다는 점은 스마트 워치의 실패 사유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구글 글라스 이후 현재 AR의 성장을 막고 있는 가장 큰 벽은 이전에 없었던 기술이 새로 개발되어야 하며,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할 이유를 새로 제시해야 된다는 점이다. 비슷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VR기술은 현실과 비슷한 가상 공간을 만드는 게임 엔진과 3D 그래픽 처리 기술, 그리고 고성능 PC라는 이미 개발되어 있는 기술의 도움을 크게 받았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었고, 새로운 게임과 컨텐츠를 즐기기 위해 비싼 기기와 소프트웨어를 구매하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와 반대로 AR기술에 필요한 가벼운 저전력 CPU는 사용자의 입력과 부드럽게 상호작용하는 UI를 구현하는 것조차 버거운 상황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홀로렌즈에 사용되는 인텔 아톰 칩의 성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HPU라는 자체개발 칩까지 동원했지만 동작이 부드럽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또한 지금의 AR기기들은 (구글 글라스가 실패한) 일반 소비자 대상이 아닌 기업과 산업현장을 타겟으로 한 제품들이 개발되고 있는데, 이런 분야에서 완전히 새로운 제품의 필요성을 입증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눈앞에 투명한 디스플레이를 달고 다닌다는 AR기술은 분명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것이 대중화 되려면 가격이 파격적으로 내려오거나 단순한 정보 전달 이상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16-120 홍성범
Sung-Beum Hong | 데카코어
디스플레이, 무선기술, 3D프린팅,
게임개발, 하드웨어 매니아
/ Unity Developer and Engineer of EOS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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